2025년 현재, 동아시아 3대 경제국인 한국, 일본, 중국은 각기 다른 인플레이션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통화정책, 내수 시장 구조 등의 차이로 인해 각국의 물가 상승률은 물론 그 원인과 대응 방식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본 글에서는 세 국가의 인플레이션 상황을 비교 분석하여 그 차이점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한국: 수입 의존과 고물가 압박
한국은 에너지와 식료품 등 필수 원자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가지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나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2022~2023년 동안 원유·가스 가격 급등과 미-중 갈등으로 인한 수입단가 상승이 소비자물가지수(CPI)에 큰 영향을 주었고, 2024년에도 그 여파가 지속되었습니다. 특히 유가 및 곡물 가격 상승은 에너지 요금과 식료품 가격 전반을 끌어올렸고, 이는 일반 가계의 체감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한국은행은 2023년부터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했으며, 2024년 이후에는 인상 속도를 늦추고 점진적 동결로 정책을 전환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고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가계 대출 및 내수 소비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사이에서의 균형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정부는 에너지 보조금, 공공요금 조절 등으로 대응했으나, 구조적인 수입 의존을 해소하지 않는 한 외부 충격에 의한 인플레이션은 반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2025년 현재는 내수 회복과 최저임금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서비스 분야 물가 상승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단기적인 안정 신호가 보이더라도 하반기 이후 다시 물가 불안 요인이 부상할 가능성이 있어, 시장에서는 한국의 물가 관리 능력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일본: 저물가 탈피와 임금 상승 기대
일본은 오랜 기간 디플레이션에 가까운 저물가 기조를 유지해 온 국가로,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본격적인 인플레이션 흐름이 나타나며 주목받았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엔화 약세와 수입 물가 상승이 겹치며 소비자물가지수가 상승했고, 2023년과 2024년에는 3%대의 안정적인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이 그토록 원하던 ‘건강한 인플레이션’에 가까운 수준이었습니다. 일본은행은 초저금리 정책을 2024년 중반까지 유지했으나, 2025년 들어 물가 안정과 임금 인상이 확인되자 드디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이 조치는 일본 경제에 있어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장기 디플레이션 탈피와 소비자 심리 개선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은 내수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물가 상승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다만 일본은 고령화로 인한 소비 둔화와 에너지 자원의 해외 의존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어, 일정 수준 이상의 물가 상승을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인플레이션 흐름은 디플레이션 탈출이라는 긍정적 전환점으로 해석되며,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도 일본 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중국: 경기 둔화 속의 저물가 현상
중국은 2025년 현재까지도 낮은 수준의 인플레이션, 심지어 디플레이션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국가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부동산 시장 침체, 소비 회복 부진, 청년 실업률 상승 등의 문제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었고, 이에 따라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약한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중국의 CPI 상승률은 2023년부터 1~2%대에 머물렀으며, 일부 월에는 마이너스 물가가 관측되기도 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내수 확대를 위한 소비 진작 정책과 함께 제조업 중심의 수출 회복 전략을 병행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 감소가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 인민은행은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며 디플레이션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여전히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소비 심리 역시 빠르게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인 지방정부 부채, 민간 기업 규제, 경제 자유화 제한 등은 물가와 관련된 전반적인 시장 신뢰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경기 순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장기 침체 가능성까지 논의되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인플레이션은 ‘오르지 않아서’ 문제가 되는, 다른 두 국가와는 상반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향후 정책 방향에 따라 동아시아 경제 전체의 균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한국, 일본, 중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하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원인과 대응, 그리고 그 구조적 특성은 전혀 다르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외부 변수에 민감한 수입 구조, 일본은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한 내부 자극, 중국은 내수 침체로 인한 저물가 압력이라는 각각의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향후 통화정책, 재정정책, 무역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며, 투자자와 정책 입안자 모두 각국의 고유한 물가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